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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영화

[영화] 용과 주근깨 공주 봤습니다.

*스포는 없도록 노력했지만 스포 주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 용과 주근깨 공주

 

수요일날에 이 영화가 국내개봉했단 걸 알자마자 목요일로 예매 그러나 목요일날은 수업이 있었으므로 취소하고 다음날로 재예매 하루에 한 번밖에 상영을 안하더라구요. 아침 10시 ㅋㅋ 게다가 온리 롯데시네마(멀다)

그야 흥행이 잘 안되는 일본애니니까 그렇겠지만. '너의 이름은'과 '귀멸의 칼날'이 한국에서 일본 극장애니의 흥행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지만 그것들이 규격 외인 것이니..

 

금요일 오전에 8시에 알람맞춰 일어나서 걍 취소하고 잘까 고민하다가 씻고 보러갔습니다.

 

예고편도 안보고 포스터만 보고 예상한 스토리는 평범한 여주인공이 수수께끼의 빨간 드레스 여성을 만나 뭐 새로운 세상을 보고 노래하고 그런 무언가 극복해내는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고 둘다 같은 사람이었네요..

 

감상은 간단 검색해본 결과 혹평이 많지만 전 재밌게 봤어요. 그러나 혹평의 이유도 납득이 갑니다. 

 

제 감상을 정리해보면

 

1. 영화 시작부터 마치 출발선과 도착선이 있는 것 같은 잘짜여진 서사. 

테마는 일단 노래지만 스토리는 앞서서 복선을 던지고 회수하는 마치 공식 같은 영화였어요. 너무 탄탄한 공식. 그리고 내내 U라는 가상공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실제로 누구인가 관객에게 추리하게 합니다. U에 중점적으로 나오는 인물들은 용, 벨(스즈, 주인공), 저스티스, 페기 수 정돈데 추리물마냥 계속 현실 등장인물 중에 누구일까 고민하게 됐네요.

 

위의 것들은 결국 주인공의 트라우마 극복의 장치들입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를 잃은 주인공(스즈=벨)은 자학도 심하고 자아도 옅습니다. 게다가 트라우마로 U라는 가상공간이 아니면 노래도 못해요. 전형적인 주인공입니다.

어머니는 주인공에게 이상적인 어머니였지만 어렸을 때 계곡에서 다른 아이를 구하다 죽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악플까지 같이 보여주면서 관객을 흔드는데 엄청 와닿았네요. 마치 관객의 반응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서.

그런 어머니의 사망으로 주인공은 아빠랑 대화도 별로 안하고 10년을 살았고 자존감도 낮습니다. '왜 엄마는 나랑 사는 것보다 그 아이를 구하러 갔을까?'

스즈는 이를 U라는 것을 접해서 친구 히로와 함께 벨이라는 가상의 자신으로 대성공한 가수가 됨으로써 나름 극복하는가 싶지만 2억명이 보는 벨(주인공)의 라이브에서 용이라는 수수께끼의 인물이 난입해 라이브를 망칩니다. 이 용이라는 인물의 정체를 찾는 것이 극의 전체적인 흐름.

 

나름 깔끔하게 던져둔 복선들과 단서 그리고 회수. 예를 들면 어머니가 아이를 구한 것, 합창단 아주머니의 과거 이야기나 과거에서 주인공의 손을 붙잡는 사람이 또 주인공의 손을 붙잡고 남자주인공이 엄마 같다던가 용의 모든 대사들 스쳐지나가는 용의 정체로 추정되는 사람들이나 응원하는 사람들 등 생각나는 것만 이정도인데 거의 모든 대사가 복선이라고 보면 됩니다. 기둥이 건물을 받치듯 복선이 결말로 다다르는 정말 잘만든 건축물 같은 스토리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용이 누군지는 금방 눈치챌 수 있어요.

 

이러한 잘짜여진 구조지만 관람평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사가 부족하다고 까이던데 너무 단순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팍 치고 들어오는 반전은 없는 것도 그렇고 용이 갑자기 등장하는 개연성도 좀 부족하고.. 주인공이 라이브를 망친 용한테 흥미 가지는 이유도 애매. 용의 존재 자체가 주인공의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장치라서 등장하긴 해야 했는데 등장의 당위성이 너무 낮았네요. 저스티스의 오그라드는 대사나 행위들도 전체적인 분위기와 안어울리고.

 

2. 그러나 기시감. 너무 많은 걸 감독의 전작이나 디즈니에서 따온 듯.

많은 혹평의 이유인데 자가복제가 심합니다. 감독의 전작인 우리들의 워게임,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워즈, 늑대아이 등 거의 다 섞었다고 보면 되고 U에서 나오는 인물들과 배경은 미녀와 야수 그리고 디즈니 색채가 강해요.

 

우리들의 워게임->썸머워즈는 너무 유사해서 걍 껍데기만 바꾼 정도였다면 이건 전작들 다 가져와서 조립한 뒤 디즈니를 데코로 올려둔 느낌. 까려면 깔 수 있지만 좀 다르게 보자면.

 

감독은 이번 작에서 새로운 것보단 자기강점만을 강조했다고 생각합니다. 괴물의아이가 이 영화 전에 감독의 필모 중 가장 성공했었다고 하는데 전 안봤지만 제가 알기로 평가는 별로거든요. 미래의 미라이는 망작이라 하고 그래서 이번에는 전작들에서 평가가 좋았던 부분만 다 가져와서 만들어 본 거죠.

 

여태 공통적으로 제창했던 가족애에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분위기와 로맨스, 썸머워즈에서 보여줬던 가상공간의 영상미와 서사 구조 등.

 

거기다가 추가로 넣은 디즈니의 미녀와야수와 겨울왕국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 같은 U에서의 그림체와 배경들. 오마쥬라면 오마쥬고 표절이라면 표절인. 성에서 용과 벨이 아웅다웅하는 건 미녀와야수랑 겨울왕국 안나랑 엘사를 졸라 섞은 거 같아서 좀 별로였어요.

  

다시 말하자면 전작을 다 본 사람들이라면 몰입하지 못하고 엥? 엥? 이러면서 기시감만 느끼다가 끝날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안본 사람들이라면 분위기에 충분히 녹아들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어머니를 통한 신파도 나름 괜찮고 무엇보다 노래가 좋습니다.

 

하지만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어머니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시작하자마자 탄식이 나오긴 해요.. 창작물에서 주인공이 양친 멀쩡히 있는 게 더 드문 것 같아.

 

3. 메세지.

클리셰적이고 고리타분한 메세지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트라우마의 극복, 자아찾기, 나만이 힘든 것 같은 세상, 특별하지 않은 '나', 가족애, 말하지 않으면 모르니 대화하자, 넷에서의 악플에 대한 문제, 가면과 진짜 자신 그리고 인연. 

 

누구나 겪고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들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잘먹히는 것들. 

 

알기 쉬운 것들은 제쳐두고 마지막만을 얘기하자면 스즈는 '용'과 만나고 문제의 원인과 마주합니다. 그러나 신암행어사의 박문수와 아지태의 마지막을 보는 듯한.. 이미지  어설픈 극복 과정. 납득하기 어려운 원인의 반응. 신암행어사를 본 사람이 적을 테니 말하자면 AT필드 전개하는 것 같은 주인공. 자넴바를 해치운 후 오지터를 바라보는 도깨비 같은 원인의 반응.

그리고 말해주지 않는 후일담.

 

2시간이나 되는 긴 상영시간에 사실상 하이라이트인 라이브 장면 뒤부터는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극점을 다녀왔다는 느낌이라 결말 부분은 여기서 더 봐야돼? 같은 느낌으로 살짝 지루한데 ( 사실 용과 아웅다웅하는 중간 쯤의 장면도 좀 지루하긴 해요. ) 거기다가 너무 길게 소모할 수 없으니 급마무리하는 느낌이 강하네요.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된 건데? 그래서 해결이 된 게 있어? 뭐가 달라졌어? 란 의문점.

 

감독이 말하는 바보단 (사실 모르기도 하고) 제가 느낀 걸 말하자면 중요한 건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즈(벨)과 용은 어쨌든 만났습니다. 촌구석에 사는 스즈가 도쿄까지 수백킬로미터를 넘어서. 겨우 고교생인 스즈가 뭘 해줄 수 있을까요. 뭘 해주더라도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 같네요. 영화를 보는 관객이 고민해도 답이 안나오는 문제.

 

만약 스즈가 벨로 활동해서 번 돈을 가지고 있었으면 뭐 충분히 현실적인 '구원'이 가능하긴 했겠지만 그건 히로카(주인공 베프)가 초반에 싹다 기부하고 있다고 개드립을 쳐서 막아놨으니까. 그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솔직히 왜 기부 같은 걸 하나 싶었는데 개연성을 위한 장치였네요.

 

하지만 마음의 문을 닫고 있던 용을 스즈가 만나서 그 문을 활짝 열어줬고 용은 이제 버티는 것보다 싸우겠단 말을 합니다. 만약 그 뒤에 둘이 다시는 만나는 일이 없다고 해도 그 만남에는 분명 의미가 있었고 그 만남으로 용은 변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 가상공간이라는 테마를 이용한 만큼.

 

결국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처럼 만나지 않으면 모른다. 그런 것 아닐까요.

 

4. 재미, 영상미 그리고 아쉬운 점.

이미 언급한 용과 벨이 아웅다웅하는 장면과 마지막 김빠지는 마무리를 제외하면 지루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극의 재미로 치면 오히려 2시간이나 되면서 잘 휘몰아쳤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엄청난 영상미. 디즈니가 겨울왕국2에서 마음껏 자랑했던 3D기술력처럼 어마어마하게 정성을 들인 듯한 연출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혹평이 가득한 리뷰글들에서도 영상미 하나 만큼은 칭찬하니까요. U의 수많은 아바타들과 함께하는 라이브는 극의 하이라이트.

 

라이브 영상들은 하나같이 좋고 노래도 다 좋았습니다. 그게 너무 강렬해서 서사가 가려지고 라이브 이후 마지막 결말 보는 게 살짝 덤처럼 느껴졌을 정도. 전투씬 효과음도 장난아니게 박력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남자주인공의 역할이 조금.. 작중 내내 스즈(주인공)랑 히로카(베프) 둘이서 거의 대부분을 하고 시노부(남자주인공)은 막판에 등떠미는 것이 전부.. 썸머워주의 여주랑 비슷한데 분량은 훨씬 적은.. 

 

카미신(스즈 친구)랑 루카(스즈 친구)도 비슷비슷. 약간의 반전과 전체적인 스토리의 배경 정도.

 

굳이 말하자면 시노부가 주인공의 엄마 같았다고 루카인가 누군가가 말하는데 그럼 그냥 엄마로 남고 합창단의 아주머니는 그러지 않았지만 스즈는 다르게 용이랑 이어져도 나쁘지 않았을 거 같은데 어물쩡하게 짝사랑이 이뤄지는 결말이 되었네요.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버린 용.

 

솔직히 거기까지 찾아와준 여고생에게 반하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지;;

 

현실의 문제랑 달리 영화에 있어선 대안을 얘기하는 건 무의미하지만 그래도 그랬으면 좋겠다~ 싶네요. 펜팔이라든가 시대에 맞춘 인스타 dm이라든가.. 작중에 인스타가 나오기도 하고 연락을 하고 용과 다시 만나러 간다. 이런 식의 결말이었어도 여운을 주고 좋았을 것 같아요. 시노부는 걍 트라우마 극복의 일환으로 차버리고 ㅎㅎ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명작인 게 언젠가 미래에서 다시 만난다는 여운이 좋았기 때문인데.

 

전작들 다 스깠으면서 왜 이건 안넣었대.

 

또 아쉬운 게 U에서 자주 등장한 저스티스와 페기 수의 정체가 나올 것 같았는데 안나왔네요. 저스티스는 그 야구선수고 페기 수는 엄마가 구해줬던 아이일 줄 알았는데 정체 안나옵니다. 그냥 몰라.. 

 

@. 끝

솔직히 일본 극장애니라는 게 특정 층의 수요가 강한 이미지가 있으니까. 즉 본인이 일본애니를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면 추천합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모든 장점을 볼 수 있는 극장애니라고 생각해요. 어 이건? 엥? 이것도? 싶은 기시감이 들지만 영상미로 카바가 됩니다. 주인공 자학이나 막판 헐떡이는 건 썸머워즈랑 너무 비슷하지만 익숙함에서 다가오는 산뜻함?ㅋㅋ

 

호소다 감독이 다음으로 무엇을 내놓을지는 모르겠지만 용과 주근깨 공주라는 영화는 여태 만든 영화들의 총집편 같은 영화였고 그걸 삽입곡으로 새롭게 포장해 내놓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기시감. 요즘 같이 표절이 많은 시대(언젠 안그랬겠냐만)에 잘 포장한 자가복제임으로 충분히 별 다섯개를 줄 만한 영화였습니다.

 

라라라이~ 라라라이~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다른 리뷰글들 처럼 영화의 장치나 복선을 세세하게 해석하고 알아내는 건 못해서 순수하게 느낀 점 위주로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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