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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영화

[아마존 프라임] undone 감상

2019 8부작

 

전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면 비교적 최근에 나온 걸 보는 걸 즐기는 편입니다. 그래서 볼 것 없는 아마존 프라임을 둘러보다가 2019년 작인 undone을 시청했죠.

주인공 엘마의 일상.

일단 애니메이션입니다. 로토스코핑 기법이란 걸 쓴 실사에 아주 근접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요새 어느 드라마를 봐도 나오는 자립심 강하고 주변에 민폐 끼치지만 사실 겉은 틱틱 거리고 짜증이 많지만 속은 여린 그런 여자 주인공입니다. 이런 게 전통적이고 수동적인 여자 주연 캐릭터 역들과는 대비될지 몰라도 요즘은 너무 많이 나오고 어쩌면 이런 주인공이 아니면 너무 많은 태클을 받기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는 건지 이런 클리셰도 클리셰가 없네요. 예를 들면 홈랜드라던가.. 막상 홈랜드를 예를 들어보고 생각하니 어떻게 생각하면 비슷한 드라마네요. 주인공이 완전.

 

초기 감상은 이거 왜 로토스코핑 기법 쓴 거야??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 쓴 것은 어떤 몽환적인 분위기를 살리려고 했나봅니다. 그런데 뭔가 프레임이 끊기는 듯한 느낌에 원색적인 화풍이 그닥 보기 좋지는 않네요. 취향타는 그림입니다. 어차피 실사에 덧대어 그리는 기법인데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실사로 보고 싶었어요.

반복되는 인생에 회의감을 느끼다.

대체적인 줄거리는 일상에 염증을 느낀 여자 주인공 앨마는 이렇게 흘러갈 자신의 인생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동생의 결혼도 이어지면서 자신의 남자친구를 되돌아보게 되고 복잡한 심정은 쌓여만 가다 결국 동생과 대판 싸우게 됩니다. 자꾸 엇나가게 되는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박치고 나와 차를 울며 운전하는데.. 어렸을 적 차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게 되고 자신도 차사고를 내게 됩니다. (1화)

주변 인물들 특히 동생과 부딪치는 엘마

사실 앨마라는 주인공 자체가 굉장히 성격이 엇나가 있다고 해야하나 주변 인물들은 앨마가 너무 비꼬고 공격해대는 통에 싸우는 거지 주변 인물들이 참 착한 사람들입니다. 앨마가 너무 싸가지가 없다고 해야하나.. 물론 요즘 드라마 주인공들은 다 이렇지만 보면서 고통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네요. 홈랜드의 주인공은 리모콘 던져버릴 뻔 했는데 앨마는 자기 잘못을 깨닫고 바로 고치려는 시도를 보여주려고 해서 조금 낫습니다. 자기 잘못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큰 차이가 있죠.

동생에게 일침맞고 운전하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목격.

2화에서는 엘마는 결국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평범하고 지루한 인생'을 살 건지 '재밌는 인생'을 살 건지 선택하게 됩니다. 당연히 드라마의 주인공이니..

 

아버지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고 합니다. 앨마의 힘으로 말이죠. 아버지는 자신이 직접 하려고 했지만 그 그때를 기억하고 간섭하는 게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앨마의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죠. 앨마는 무사히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고 자신의 삶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까요.

차 사고를 낸 엘마 그러나 깨어난 후에도 아버지는 여전히 그녀의 눈앞에 있었다.

흡입력은 있는 드라마입니다. 초반 부분엔 너무 차사고 이후 너무 혼란스럽게 전개되고 뒤죽박죽이라 조금 지루한 감이 있는데 그것만 넘어가면 앨마가 겪는 몽환적인 일이 흥미로워서 결국 어떻게 될지 정말로 모든 게 바뀔 것인지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앨마의 재밌는 인생은 과연 기대처럼 될 것인가?

 

 

--스포일러--

...더보기

쟁점은 사고 후의 엘마입니다. 여태까지 겪었던 적 없던 비현실적인 일이 엘마에게 닥칩니다. 죽은 아버지를 계속 보게 되고 아버지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미쳤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이것이 능력이며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합니다. 어머니는 정신과 의사를 권하고 남자친구는 믿어주는 것 같지만 황당하게 생각하는게 눈에 보이죠. 아버지는 뇌실이 커진 조현병 환자들이 서구적인 환경에서는 미친 사람 취급을 받지만 원래 아메리카 원주민 문화에선 샤먼의 역할이었다고 앨마도 그렇게 되었으면 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평범을 넘어선 도로시와 같은 재밌는 인생의 길인 것이죠.

앨마는 정말로 샤먼이 된 것이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아내고 그 과거를 바꿀 수 있을까요? 엘마는 정말로 시간을 되돌아가 보지 못했다면 알지 못할 일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잘못된 행동을 고쳐 동생의 결혼도 무사히 진행시켰습니다. 이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만이 남았습니다. 

 

조현병과 타임리프라는 소재를 섞은 참신한 시도가 새롭긴 정말 새롭습니다. 단순히 패악질만 부리든가 정신병 증세 중 하나로 뛰어난 통찰력을 얻는다든가 정신적인 문제가 있지만 유능한 사람이라든가 여러가지 형태의 이야기가 많았지만 이렇게까지 정신병을 정상처럼 묘사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로 풀어낸 건 처음 같습니다. 아마 저도 그랬듯이 모두가 진실에 다가가는 앨마를 응원하게 되고 끝내 밝혀지는 진실에 충격을 받을 겁니다.

 

그러나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는 개인적으로는 실망스러운 드라마였습니다.

왜냐면...

인셉션의 유명한 팽이 씬 / 마지막화를 보고 다시 봐야할 2화의 아버지 씬

인셉션과 같이 열린 결말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하는 것이 작가의 의무라고 보기 때문에 이런 식의 결말은 정말 맘에 들지 않습니다.

 

결말은 앨마가 정말 조현병의 증상으로 모든 걸 상상한 거고 사실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것 또는 알아낸 것을 스스로 모른 척 하고 과거로 가서 알아낸 것처럼 착각하는지 아니면 정말 시간 여행을 한 것인지 확실하게 알려주지 않고 드라마는 끝을 맺습니다. 사실 극의 종반에 가서는 이런 결말이 나올 것이 예상이 되어가게 되는데 대부분의 이런 현실과 비현실을 한 다리 걸치는 이야기들은 전부 결국 이러이러했다~ 라는 현실적인 설명에서 끝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일본 만화 (나는 마리 안에)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마지막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아내고 나서부터는 이렇게 흘러갈 거라고 감이 오자 김이 팍 새버렸습니다. 열린 결말을 싫어하시는 분들에게는 비추천 하고 싶습니다.

 

세상에 정말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건지 아니면 그렇다고 믿는 정신병 환자들만이 있는 건지, 어떤 결말이든 정신병 자체를 이렇게 새롭게 장벽없이 몽환적으로 풀어낸 스토리와 연출은 정말 칭찬해주고 싶은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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