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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리뷰

[은과 금] 감상 및 이미지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고전 명작

[ 은과 금 ]

코미코와 리디북스에서 e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은과금 : 코미코(comico) - 한/일 레전드 만화 총출동!

Nobuyuki Fukumoto / 서울미디어코믹스 작가의 단행본만화 은과금. 지금 만나보세요!

comico.kr

 

은과 금 1권

노다지를 찾아 비지니스 사회의 어두운 부분에 자리잡은 더러운 정치가,검은 인맥-."어둠의 경제"를 지배하는 온갖 괴물들이 사회에 던져 놓은 "함정"은사악하고도 교모하다-!!GIN TO KIN ⓒNobuyuki Fukumoto / highstone, Inc....

ridibooks.com

도박묵시록 카이지, 도박패왕전 제로, 아카기 - 어둠에서 내려온 듯한 춤추는 천재 등으로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만화가의 92~96년도 작 만화. 그의 대표작들은 도박으로 빠지는 인간의 세밀한 심리묘사와 깊은 곳을 뚫어버리는 느리지만 호쾌한 전개로 그를 스타 만화작가로 올려놓았다.

하지만 그 전 만화인 은과 금은 도박이 들어가있지만 경제범죄가 맞닿은 좀더 하이브리드한 만화이다.

최근에는 작품마다 늘어지는 전개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작가지만 은과금을 연재하던 당시에는 그렇게 형편이 넉넉한 편이 아니었어서 그야말로 호쾌한 전개와 뛰어난 스토리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단순 도박과 마작 위주에 음모가 섞인 최근 작과는 달리 착실히 경제 비리와 그 속내를 훑고 있으며 어느 정도는 상당한 디테일을 보여준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해시키기 어려운 이야기도 놀랄 만큼 쉽게 다가간다는 것.

< 은과 금은 일본 버블경제 시기의 직후를 다룬다 >

시작은 경마로 돈을 잃으며 허송세월 하는 20세 모리타는 여느 때처럼 돈을 잃지만 그에게 히라이 긴지라는 중년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는 갑자기 모리타에게 큰 보수를 제시하면서 같이 일할 것을 권한다. 내용은 단순히 물건을 옮겨주는 것. 돈도 잃고 뭣도 없는 모리타는 그를 따라간다.

옮겨주길 부탁한 물건은 돈이었다. 어마어마한 돈을 가지고 있는 히라이 긴지 10억엔이다. 

그 돈으로 사채업을 하는 긴지 보았던 큰 돈에 납득하는 모리타. 오는 사람들마다 사연이 있고 각자 이율을 협상한다. 버블 직후라 쏟아지는 상환 요구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내린 사업가들이다.

< 버블 경제 직후의 일본 은행 이자율 6%, 한국도 그당시엔 꽤나 높은 이자를 보장해줬다. >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더니 돌연 5천만엔을 내보이며 사람을 죽일 것을 부탁하는 히라이 긴지.. 그의 속셈은 도대체 무엇일까.

모리타는 돈을 위해서 사람까지 죽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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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돈이라는 종이에 인생이 있다고 많이들 표현한다.

 

그렇게 말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며 우리 스스로이다. 돈에 관심없다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오히려 돈에 미쳐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정도로

왜 그럴까?

사람들은 모두 축복받으며 태어나지 못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외모든 키든 성별이든 성격이든 체격이든 자신에게 결점을 발견하고 사람은 좌절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가려주는 것이 있다. 

그것이 돈이다. 돈은 못난 사람이라도 더없이 가치있게 만들어준다. 사람들은 모두 그것에 열광한다. 선천적인 것들은 어찌할 수 없지만 돈은 가지기만 하면 인생이 달라진다. 모두 그래서 돈에 미치게 된다.

은과 금은 그런 사람의 속내를 낱낱이 그리고 여과없이 드러낸다. 긴지는 악당이 되어야 한다고 하고 큰 돈에 매혹된 독자는 당연히 그 말에 동의한다. 평범한 사람들을 재미없다고 느끼고 그들의 건실한 삶을 비웃게 된다. 사실 누구도 평범도 건실도 바라지 않는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인생의 정점에 도달하고 싶다.

또한 거대한 스케일의 돈의 승부를 통해 짜릿한 재미를 준다. 주가조작 이야기, 은행의 부실대출과 그 내막, 사기도박, 재벌의 비밀 도박장의 승부, 긴지의 진짜 음모, 경마 배틀 수미상관으로 경마로 시작한 만화는 경마로 끝맺음한다. 이런 장르에 빠지지 않는 섹스와 폭력이 거의 등장하지 않음에도 흡입력 있는 스토리를 선사한다.

읽다보면 정말 그렇다 싶은 말들도 많고 몇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 만화이다. 경제에 관해 빅쇼트가 에둘러댄 비유로 선사한 오락영화라면 은과 금은 제대로된 설명과 함께하는 오락만화이다. 후반부에 어떤 사정인지 몰라도 갑작스런 결말을 맞이하지만 마지막 장면은 그런 결말조차 덮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11권까지 나온 이 만화는 현재 절판으로 구하기 힘들지만 e북과 만화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일본 드라마도 있으니 한 번 꼭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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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죽이겠다고 하는 건 정답이 아니다. 사람을 죽이는 순간 세상은 닫힌다.

긴지의 주가조작 강좌 이런 씬이 여럿 나오는데 정말 설명을 잘한다.

앞서 말한 돈의 능력. 씁쓸해도 어쩔 수 없다. 사람에게는 무언가 남들보다 다르거나 뛰어난 점이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몇십억 이상의 저금이 있으면 은행 이자만 받아먹고 살자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러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큰 돈을 벌 정도로 돈에 해박한 사람이 은행에 가져다놓고 돈을 썩히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성공했고 스스로에게 엄청난 자신이 있는 게 당연하다. 그러지 않으면 마치 죽은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또 그 시대엔 지금 생각하면 상당한 고금리인 6%조차도 버블 직후라 날강도나 다름없다 여겨졌으니 저런 큰 돈은 가만히 두는 것만으로도 손해보는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왜냐면 이자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돈의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니까

시대하니 세대론은 요즘 너무 쉽게 볼 수 있는데 예전엔 고성장기라 성실히 일만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단순무식한 발상이다. 인생은 짧지 않고 누구나 호경기와 불경기를 겪는 건 당연하고 큰 돈을 벌 기회가 많다는 것은 큰 돈을 잃을 함정이 많다는 것과 같은 소리이다. 어두운 면은 보려하지 않는 것에 불과하다.

최근 비트코인 열풍과 그런 고성장기는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수배에서 수십배로 돈을 불린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번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열풍이 오기 전에 시장에 진입했는데도 또는 열풍에도 큰 돈을 잃고 퇴장한 사람이 있었고 열풍 후에도 멈추지 못하고 계속 돈을 굴리다 잃은 사람들이 많았다.

쉽게 번 돈이 쉽게 나간다는 바보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과한 열기에는 불타 죽는 사람들도 있고 열기에 젖어 불이 꺼져가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세간에는 스스로의 성공에 취해 떠벌리는 사람들만 남는다.

그런 것이 왜곡된 시선을 낳는다.

그리고 그렇게 성공한 사람들도

아니 그만두지 못한다.

하지만 그만둘 때를 알아야 한다. 이 만화의 교훈은 그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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